잡가는 잡스러운 노래가 아니다!
잡가라는 국악 성악곡을 아시는지요? 용어는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잡가가 어떤 노래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잡가라고 하면 어감상 잡스러운 노래로 생각하기 쉬운데, 전혀 잡스럽지 않고 전문 소리꾼만이 노래할 수 있는 기교와 내공을 필요로 하는 노래입니다. 남도잡가, 경기잡가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남도잡가란?
남도잡가는 전라도 지역에서 부르던 잡가입니다. 남도입창이라는 명칭도 사용합니다. 판소리와 내용면에서 다르지만 음악적인 기교는 비슷합니다. 남도민요와도 구분해야 하는데, 민요는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부르던 노래라면 잡가는 전문 소리꾼들이 불렀습니다.
남도잡가 노래하는 법
남도잡가를 노래할 때는 서서 합니다. 그리고 따로 장단을 치는 반주자가 같이 연주합니다. 발성법, 시김새가 판소리와 닮아 있습니다. 다만 판소리처럼 줄거리가 있어 풍부한 감정 표현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꺾는 목, 평으로 내는 목, 떠는 목으로 정리할 수 있는 발성법으로 노래하여 남도잡가의 특징은 금방 알아낼 수가 있습니다.
남도잡가의 흥망성쇠
고종 때 신방초가 노래하던 "화초사거리"가 남도잡가의 시작으로 치는데 이후 많은 남도잡가 소리꾼들이 등장합니다. 화초사거리, 보렴, 육자배기, 자진육자배기, 새타령, 흥타령, 개구리타령, 성주풀이 등이 남도잡가에 속합니다. 고종 말기에는 장판개, 김정문, 조상선 등이 남도잡가 명창으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광화문의 원각사, 동대문 바깥에 있던 광무대가 그 활동 무대였습니다. 1920년대, 1930년대에도 남도잡가 명창들이 전문 공연장에서 공연을 많이 하였습니다.
광복 후부터는 판소리 명창들이 잡가도 노래하여 잡가 명창이 따로 존재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남도잡가의 장단
남도잡가의 많은 노래가 중모리-중중모리 또는 굿거리-자진모리 순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느리게 시작하여 빠르게 끝나는 구조입니다.
경기잡가란?
경기잡가는 서울을 중심으로 경기 지역에서 전문 예능인들이 노래하던 잡가입니다. 서울의 사계축에서 제일 먼저 불렀다고 합니다. 사계축은 지금의 서울역 자리, 만리재, 청파동까지를 가리킵니다. 경기잡가는 18세기말에 발생하였다는 설도 있고 19세기 중엽이라는 설도 있습니다.
잡가는 민요와 달리 스승이 있고 그를 사사하는 제자가 있어 전승을 통해 전하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잡가는 일반 민요와 달리 메기고 받는 형식이 아닌 긴 가사를 소리꾼이 죽 노래하는 통절 형식을 취합니다. 그래서 민요와 같이 일정한 선율의 반복이 아닌 다양한 선율이 한 곡에 나타납니다.
경기잡가의 분류: 긴잡가(12잡가), 산타령(입창), 휘모리잡가
경기잡가는 세 가지 형태로 분류합니다. 긴잡가 또는 12잡가가 한 부류이고, 입창이라고도 불리는 산타령, 그리고 빠른 장단으로 노래하는 휘모리잡가가 있습니다.
12잡가는 앉아서 노래한다고 하여 좌창(坐唱) 이라고도 합니다. 사설이 길고 템포가 느립니다. 가사 내용에 이야기, 서사 구조가 있습니다. 12잡가는 당연히 12곡으로 구성됩니다. '십장가', '소춘향가', '선유가', '집장가', '적벽가', '제비가', '형장가', '평안가', '출인가', '방물가', '달거리', '유산가'가 12잡가입니다.
산타령은 선소리, 입창이라고도 합니다. 놀양, 앞산타령, 뒷산타령, 자진산타령 순서로 진행됩니다. 서서 신나게 노래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장구를 치는 앞 소리를 담당하는 '모갑이'가 노래하면 소리꾼 여러 명이 소고를 치며 뒷소리를 노래합니다. 긴잡가에 비해서 신나고 흥겨운 분위기가 특징입니다.
휘모리잡가는 산타령과 같이 입창입니다. 구성은 시조와 같이 상황설명, 물음, 응답으로 이루어집니다. 장단은 빠르고 가사의 내용은 웃음을 주는 해학을 담고 있습니다. 비단타령, 한잔 부어라, 맹꽁이타령, 곰보타령 등이 휘모리잡가에 속합니다.
경기잡가, 가곡, 시조, 가사 구분
경기잡가는 서민들이 향유하던 민속음악이고 가곡, 시조, 가사는 상류층에서 즐기던 정악입니다. 경기잡가가 대중을 상대로 노래하는 예인의 노래라면 가곡, 시조 가사는 일반 계층이 소규모로 풍류방에서 향유하던 음악입니다.
가곡과 시조는 시조라는 시를 바탕으로 음률을 붙여 노래하는 형식입니다. 둘의 차이는 가곡이 시조의 3장 형식과 달리 5장으로 노래하고 시조는 원래대로 3장으로 노래하는 점입니다. 그리고 가곡은 가야금, 장구, 해금, 거문고, 세피리 등 소규모로 반주를 하면서 노래하는데 시조는 무릎 장단에 노래하거나 장구 장단만 넣어 노래합니다. 시조가 일반인들이 노래하는 형식이고 가곡은 선비들이 풍류방에서 즐기던 형식입니다. 가곡은 반주가 있다 보니 노래 들어가기 전 전주가 있고 중간에 간주 음악이 들어갑니다.
가사는 정악에 속하지만 화려합니다. 발성법은 가곡과 비슷합니다. 거기에 서도민요를 노래하는 것처럼 세밀한 시김새가 더해집니다. 그리고 가곡과 시조가 형식이 갖춰진 시조를 바탕으로 하지만 가사는 자유로운 형식으로 노래합니다. 가사 12곡이 전해오는데 이곡들을 12가사라고 합니다. 명칭이 12잡가와 연결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순서는 12가사가 먼저 정착되었습니다. '길군악', '황계사', '백구사', '죽지사', '양양가', 처사가', '권주가', '상사별곡', '춘면곡', '어부사', '매화타령', '수양산가'가 12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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