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잡가는 언제부터 부르던 노래일까요?
지금 거리에서 적벽가, 유산가, 집장가, 소춘향가를 쉽게 들을 수 없습니다. 지금 시대에 수요가 거의 없다고 봐야 하는 장르이기도 하나 더 크나큰 이유는 그 음악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없는 것에 있습니다. 솔직히 국악에 조예가 깊지 않으면 가사, 시조, 잡가를 제대로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그 음악이 그 음악 같은 느낌이랄까요? 국악은 아는 만큼 들리고 아는 만큼 즐길 수 있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듣는 음악은 ‘서양음악’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역사를 쫓아간다면 서양으로 합쳐지게 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아는 국악은 어떻게 유통되었고 어떻게 상업적 음악에서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을까요? 국악의 흥행과 유통에 대해 과거 근대시대로 가보겠습니다.
왜 근대시대인가?
우리가 듣고 부르는 국악은 거의 대부분 조선 후기의 음악입니다. 그 뿌리는 고대로 올라간다 해도 지금의 형태로 전승되는 것은 조선 후기에 있습니다. 음악적인 기록을 구체적으로 했었던 것은 1400년대 ‘세종’때 만든 ‘정간보’였고 그 이전의 시대는 역사적 기록만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박연에 의해 정리된 아악이 거의 최초의 음악 기록이지만 지금의 음악이 당시의 음악을 완벽하게 재현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조선후기에 연주되고 불렀던 음악은 전승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답은 ‘근대시대’에 있습니다. 근대시대는 역사적 자료가 많아 조선후기의 음악을 유추하거나 근거로 삼을 수 있습니다. 근대시대의 자료들은 보다 객관적으로 우리 음악을 살펴 볼 수 있는 귀한 토대입니다.
정리되지 않았던 용어 ‘잡가’
현재 경기잡가라 하면 12곡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12잡가로 체계를 굳히게 됩니다. 이 곡들은 유산가, 적벽가, 소춘향가, 선유가, 방물가, 출인가, 달거리, 제비가, 평양가, 형장가, 심장가, 집장가입니다. 그러나 이 곡들은 근대화가 일어나기 이전인 근세 때는 한계통으로 분류하지 않았고 체제가 모두 갖춰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 시점은 경기잡가 뿐 아니라 다른 잡가에서도 있었습니다. ‘잡가’라는 용어도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저 오는 용어는 아니어서 예전에 어떻게 불리고 유통되고 전해졌는지 알아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잡가는 조선후기에 확립된 일반 서민을 위한 음악이 된 것은 확실하며, 그 뿌리는 가곡, 가사, 시조 같은 정가에 있음도 명확합니다.
근대시대의 잡가는?
19세기에 만들어진 노래집이 있습니다. ‘가집’이라 불리는 이 노래집엔 현재 우리가 아는 경기잡가 12곡이 실려있습니다. 하나의 책에 모든 노래가 담겨 있다기 보단 여기 저기 책들에 흩어져 있습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잡가는 다른 곡들에 비해 영향력은 적었습니다. 기록의 중심이 되진 않았고, 속요나 유행가로 분류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잡가 본격적으로 독립되었던 것은 ‘남훈태평가’부터입니다.
가사와의 관계
1863년 ‘남훈태평가’에 소개 된 잡가는 지금의 12잡가와는 많이 다른 악곡들이 소개됩니다. 이 때 소개된 악곡은 춘면곡, 상사별곡, 처사가, 어부가 같은 가사가 기록되어 있고, 잡가편에서는 백구사, 매화가, 소춘향가 소개 됩니다. 이중에서 서울에서 불리던 노래는 ‘소춘향가’ 한곡입니다. 이런 기류를 살펴보면 초창기의 잡가가 가사에서 파생되거나, 관련이 깊게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 다른 가집인 ‘한양가’에서는 춘면곡, 상사별곡, 황계사, 매화타령, 같은 가사가 잡가로 소개되기도 하였고, ‘잡가’, ‘세시풍요’ 같은 다른 가집들에서도 여러 가지 가사들을 잡가로 소개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위의 자료를 토대로 ‘잡가’는 현행가사와 함께 쓰였던 용어였으며 때로는 가사에서 파생된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9세기 중반 전후로는 한양(서울)에서 이 노래들의 인기가 좋았다고 합니다. 이 때 발간된 악보인 ‘삼죽금보’에는 가사들과 함께 ‘잡가’로도 언급한 일부 ‘가사’와 ‘시조’들이 실려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내려오거나 고수하던 곡들 외에도 일반 백성들의 기류, 사회적 상황을 잘 수용한 예시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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