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우리나라의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인 판소리는 17세기에 발생하여 오늘날까지도 고도의 예술성 깊은 음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판소리에 어원과 기원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합니다.
판소리의 어원
노래를 하는 소리꾼이 고수의 북장단에 맞추어 서사적인 이야기를 소리(창)와 아니리(말) 그리고 발림(몸짓)으로 구연하는 전통 민속악이자 성악곡입니다. 판소리라는 이름의 어원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되기도 합니다. 판소리는 ‘판’과 ‘소리’의 결합어 인데 여기서 ‘소리’라는 단어는 노래로서 하나의 의미를 갖지만 ‘판’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다양한 갈래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 공간 또는 장소의 의미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씨름판, 놀이판 등이 있습니다. 둘째 형세, 상황, 판세와 같은 분위기를 뜻하기도 하는데 판소리를 연행하는 모습 자체를 의미합니다. 놀판, 살판, 죽을판, 난장판과 같이 분위기를 나타낼 때 쓰이는 용례로 알아보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셋째 어떠한 행위를 처음부터 세는 단위로써의 ‘판’의 개념도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바둑 한 판, 씨름 한 판과 같은 의미로 ‘판소리 춘향가 한바탕, ’ 심청가 완판‘ 이러한 단위 개념의 ’판‘’ 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판’(板)을 악조의 개념으로 이해하기도 합니다. 다양한 악조로 부르는 노래라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간혹 ‘틀’로써의 판으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일정하고, 고정된 틀로 ‘판에 박힌 소리’의 의미 즉 정해진 노래, 틀에 짜인 노래로 해석됩니다. 이처럼 ‘판’은 확언할 수 있는 일치된 결론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해 볼 수 있습니다.
판소리의 기원
판소리는 17세기 중 후반 무렵 발생한 것으로 짐작합니다. 이와 관련된 최초의 문헌으로는 조선 영조 30년 1754년 유진한의 <만화집>에서 발견된 춘향가의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춘향가가 완성되기까지 그 이전 시대인 숙종(1674~1720) 때 발생하였을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조선 전기 문헌인 송만재의 <관우희>에서 12마당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 당시 마을에서 벌이는 마을굿에서는 판놀음을 행하였는데 각 각의 놀음의 앞에 판을 붙여 판소고, 판줄(줄타기), 판염불, 판춤 등 이러한 유형으로 이름을 붙였고, 소리 또한 판소리라고 명명하여 굿판에서 행해졌다는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판소리가 여러 판놀이 중 가장 인기 있는 놀이로 파생되어 12마당 소리로 발전하였다고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판소리의 기원에 대한 설은 이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견해들로 분석하기도 합니다. 서사무가기원설, 무굿기원설, 설화기원설, 광대소리기원설, 광대소학지희기원설, 문장체소설선행설, 중국강창문학영향설 등 다양한 학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1. 서사무가기원설
먼저 가장 통용되고 있는 학설로는 ‘서사무가기원설’이 있습니다. 이를 주장한 사람은 정노식으로, 그의 학설은 <조선창극사>에서의 기록으로 시작하였습니다. 서사무가는 창자가 직접 반주를 하는 ‘구송창’과, 창자와 반주자가 나뉘는 ‘연희창’ 두 종류로 나뉘게 되는데, 그중 연희창이 판소리와 유사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근거를 제시하였습니다. 또한 연희창은 소리와 말을 번갈아가며 구사한다는 점과, 악곡의 형태도 다양하다는 점, 좌창이 아닌 입창으로 여러 동작을 섞어가며 구연하는 것이 판소리와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연 양식으로서 유사성을 근거로 삼았고, 더불어 연행되었던 지역의 특성을 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바로 시나위권인 전라도, 충청도, 경기도 남서부 지역의 무당들의 노래 무가와, 판소리 명창들이 배출된 지역이 일치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시나위권의 무당 가계출신의 소리꾼들이 많다는 점도 뒷받침 하고 있습니다. 또한 목이 쉰 듯한 소리로 노래하며 몸짓과 춤사위가 시나위권의 무가와 비슷하다는 것과 판소리의 내용(시련, 고난-해결-축제)이 무가의 살풀이적 성격과 유사하다는 것 등 다양한 근거로 서사무가의 기원을 주장하는 학설입니다.
2. 무굿기원설
서사무가기원설은 무굿기원설과도 연관 지어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무굿기원설은 굿판에서 벌어지던 무굿에서부터 기원하여 판소리가 파생되었다고 보는 학설입니다. 전라도의 무녀의 소리 조 즉 악상과, 몸짓(발림)이 판소리와 유사하고, 무가의 출신인 판소리 명창들을 근거로 삼았습니다. 또한 판소리 ‘춘향가’의 근원이라고 여기는 설화(남원 추녀 설화)에서 유래하여 춘향의 원혼과 살을 풀어주는 무녀의 굿이 판소리로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는 학설입니다.
이상으로 다음 포스팅에서 판소리의 기원에 대한 다양한 학설들을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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