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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강한 소리를 내는 국악기 – 피리

대나무를 얇게 깎습니다. 바람의 진동을 따라 얇은 대나무가 떨리기 시작합니다. 굉장히 가냘픈 소리를 낼 것 같지만 이 소리는 상당히 강렬하여 많은 악기소리를 뚫고 나올 정도로 위력이 강합니다.

 

피리는 악기의 크기가 작고 소리의 울림통이 두드러지지 않으나 상당히 큰 음량을 지니고 있습니다. 음색도 겉보기와는 달리 매우 두껍습니다. 피리가 어떤 악기인지 소개하겠습니다.

작지만 강한소리를 내는 악기 피리를 소개합니다.

 

1. 피리의 역사와 특징

피리를 보면 서양악기인 오보에와 구조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얇은 대나무의 떨림을 이용해서 부는 악기라 더욱 기악적인 매커니즘이 작용합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국악기의 역사를 보면 우리나라에서 개발했지만 몇몇 악기는 중국에서 넘어왔습니다. 그런데 피리는 저 멀리 서역땅에서 건너왔다고 합니다. 서역의 구자국(쿠차)의 악기라 하는데 쿠차는 지금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지역으로 연결되는 실크로드의 요충지입니다. 고구려 이전 시대임을 감안하면 페르시아 문명과 중국의 영향을 고루 받은 악기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피리에 대한 기록은 고구려의 벽화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기록이 온전히 남지 않은 고대시대는 문자의 기록만큼 벽화, 그림에 남아있는 기록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역사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학문을 도상학이라 하는데 구체적인 악보나 악기, 소리가 남아있지 않는 음악역사에선 도상학이 매우 중요합니다.

고구려에 들어온 이후부터 피리는 향악기가 되어 우리나라의 특성, 고유의 음색으로 다듬어지면서 완벽하게 우리 전통악기가 되었습니다.

 

2. 피리의 종류

고구려에서 들여온 악기는 향피리입니다. 일반적으로 연주하는 피리는 향피리로 생각하면 될 것입니다. 향피리의 특징은 뭐니뭐니해도 큰 음량입니다. 다른 악기들 이상의 음량으로 뚜렷한 소리를 내는 특색으로 인해 여러 편성에서 주선율이나 특징적인 선율을 연주합니다. 그런데 이런 특색을 이용해서 시나위나 민요에서도 활약합니다. 주선율을 받쳐주는 역할을 하거나 때로는 주선율을 보강하는 역할로 두루두루 사용되고 있습니다.

 

고려시대 예종 때 음악을 정비하면서 중국의 악기가 들어왔는데요. 그중에 피리도 함께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기존에 사용하던 피리와 구분하기 위해 새롭게 들여온 피리를 당피리라 이름을 붙였습니다. 뿌리가 송나라에 있는만큼 당악에서 주로 활약하는 악기입니다. 음역은 향피리 보다 조금 낮은 편이나 피리 특유의 독특한 음색은 잘 드러납니다.

 

향피리를 조금 더 가늘게 개량한 세피리가 있습니다. 세피리는 향피리의 개량판으로 음량을 억제하고 음역이 조금 다릅니다. 대체로 합주에서 피리의 음량을 낮추고 싶을 때 사용합니다.

 

3. 피리의 주법

피리는 소리가 큰 만큼 연주도 매우 힘든 악기입니다. 숨을 불어 넣을 때 공기의 압력이 강해야 합니다. 피리 연주자들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대부분 양 볼에 바람을 잔뜩 머금고 있습니다. 이렇게 압력이 강해야 하므로 혀와 입술 볼이 쉽게 피로해지며 특히 입술이 금방 풀립니다.

 

그런데 음정도 정확하게 내기가 어렵습니다. 피리에서 지공(손가락으로 구멍을 막는 부분)으로 음정의 가이드 라인을 맞추긴 하나 순전히 입안의 감각으로 음정을 맞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숙달된 피리연주자들은 대부분의 음정을 잘 맞추는 편이고, 조바꿈까지 자유롭게 합니다. 그러나 숙달과정에서 음정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습니다.

주법은 서양의 겹리드 악기와 비슷합니다. 서양악기의 오보에와 앞에 겹서(리드)가 매우 비슷하며 리드를 떨어 소리를 내는 방식도 거의 흡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합주에서의 피리

국악합주에서 피리는 많이 튀고 음량이 커서 사용을 조심스레 해야 하는 면이 있으나 이 점을 잘 이용하면 포인트를 강하게 주는 악기로 사용이 가능하고, 모든 합주를 이끌거나 주 선율을 연주할 때 피리의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피리의 큰 울림은 때론 강렬한 서양밴드와의 합주에서도 위력을 발휘합니다.

 

음량이 문제가 되는 것 같으나 실제로 서양악기 앙상블과 피리를 함께 연주할 때는 이 점이 그리 거슬리지 않는데요. 정확한 조율법과 악기 울림통이 발달한 서양의 악기들이 내는 음량이 국악기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서양악기와 국악기가 협업을 할 때 작곡가들이 자주 선택하는 국악기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