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요 태평가 VS 가곡 태평가
우리가 흔히 아는 경기민요 중에 ‘짜증을 내어서 무엇하나 ~ 늴리리야 늴리리야 니나노’의 후렴을 가진 민요를 한 번쯤은 들어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바로 이 노래는 경기민요 ‘태평가’의 한 구절입니다. 노래 제목을 정확히는 몰라도 노래를 흥얼거릴 수는 있을 정도로 귀에 익은 노래 중에 하나입니다. 이 노래를 보통 경기민요에 속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사실 같은 제목의 우리나라의 성악곡이 또 있습니다. 바로 ‘가곡 태평가’입니다. 가곡의 태평가는 가곡 중에서도 가장 맨 마지막에 부르는 곡으로 유일하게 남창, 여창이 함께 부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의 성악곡 중 같은 제목의 곡이지만 매우 다른 특징을 가진 ‘경기민요 태평가’와 ‘가곡 태평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경기민요 태평가
일제강점기에 새롭게 만들어진 신민요로 경기민요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로 꼽히는 대중적인 노래입니다. 이 곡은 맨 처음 1935년 정사인 작곡, 강남월 작사한 곡으로 ‘태평연’이라는 제목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유성기 음반에 선우일선의 녹음본이 최초 공개 음원입니다. 태평연을 작곡한 정사인 작곡가는 국악을 작곡한 음악인이 아닌 양악 전공자였습니다. 때문에 태평연의 원곡이라 할 수 있는 창부타령을 새롭게 변형하여 왈츠풍의 노래로 편곡하였습니다.. 또한 신민요가 유행하던 그 당시 유명세를 떨치던 기생 출신의 가수인 선우일선이 폴리돌 유성기 음반에 참여하여 녹음하게 되면서 더욱더 큰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태평연이 히트를 치며 많은 사람들에게 불러지게 되었고 이것이 해방 이후가 되자 경기민요의 대가인 이은주 명창이 ‘태평가’라는 이름을 붙여 부르게 되었는데 오늘날 우리가 흔히 들을 수 있는 지금의 경기민요 태평가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왈츠풍이었던 리듬을 우리나라의 전통 장단인 굿거리로 변형하였고, 원곡(창부타령)의 느낌을 살려 경기민요의 음계인 솔-라-도-레-미의 선율로 고쳤으며, 가사 또한 조금씩 개작하여 불렀습니다. 서양악기 반주의 서양 창법을 구사하던 기존의 왈츠풍 태평연에서 국악기 반주와 국악 창법을 쓰며 전통에 가깝게 재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해방 이후 당시에 신민요로만 국한되던 태평가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게 되면서 통속민요로 확대되어 정의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근현대 음악사의 흐름을 잘 보여주고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가곡 태평가
우리나라의 전통 성악곡인 가곡 중의 하나로 맨 마지막 순서에 부르는 노래입니다. 조선시대 지식층에게 많은 지지를 얻었던 가곡은 노래를 부르는 성별에 따라 남창과 여창으로 나뉘게 됩니다. 남창가곡은 총 24곡으로 곡의 순서는 우조: 초수대엽-이수대엽-중거-평거-두거-삼수대엽-소용-우롱-우락-언락-우편, 계면조: 초수대엽-이수대엽-중거-평거-두거-삼수대엽-소용-언롱-평롱-계락-편수대엽-언편-태평가 순입니다.
여창가곡은 총 15곡으로 우조: 이수대엽-중거-평거-두거-반엽, 계면조: 이수대엽-중거-평거-두거-평롱-우락-환계락-계락-편수대엽-태평가 순서로 부르게 됩니다.
이때 위의 곡들을 다 부른 뒤 제일 마지막에 남·여창으로 같이 부르는 곡이 바로 ‘태평가’입니다. 가곡은 노래의 가사말도 남창, 여창 각각 다르게 부르지만 태평가만큼은 같은 노랫말로 부르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곡에서 남·여가 같이 병창하는 형태와 같은 가사를 노래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형태로 매우 희소성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대미를 장식하는 노래인 만큼 태평가는 가곡 중에서도 가장 느린 장단으로 부르며 화평한 느낌의 곡입니다. 가사의 첫 구절(초장)인 ‘이랴도 태평성대’에서 ‘이랴도’는 국악기로만 반주되고 본 가창은 태평성대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때문에 태평가라는 제목이 붙여지기도 하였습니다.
속가로 구분되는 ‘경기민요 태평가’와 정가에 속하는 ‘가곡 태평가’는 장르뿐만 아니라 곡의 리듬과 분위기, 가창 형태 등 많은 것에서 차이점을 보이고 있지만 태평성대를 염원하고 유희적인 성격의 노랫말을 담고 있다는 점이 두 곡의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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