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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얇고 섬세한 국악 현악기 ‘해금’

묵직한 소리를 내는 악기로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낍니다. 그런면에서 아쟁이 가진 풍부한 저음은 안정감과 편안함을 줍니다. 이 소리가 얇고 높다면 우리는 날카로운 소리를 들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늘고 높은 소리는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재주가 있습니다. 우리 국악기에서도 그렇게 심금을 울리는 악기가 있습니다.

 

해금의 역사는 가야금이나 거문고에 비해 늦게 시작됩니다. 고려 예종 때 송나라로부터 들어온 것으로 우리나라에 당악이 전파될 때 들어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면 중국악기라 생각할 수 있으나 악기의 쓰임과 개량을 거쳐 지금의 해금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의 전통악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고 지금은 완벽하게 우리 전통악기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해금은 서양의 바이올린과 비슷한 원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선을 활로 그어서 소리를 냅니다. 소리는 진동수와 관련이 있는데요. 현악기는 현의 진동으로 이루어집니다. 현이 두껍거나 길수록 진동수가 낮아지며 저음을 냅니다. 그 반대로 현이 가늘고 짧을수록 고음을 냅니다. 해금의 현은 얇고 짧은편(거문고, 가야금, 아쟁의 선 길이를 생각해보세요 ^^)이라 가늘고 날카로운 고음을 냅니다.

 

현을 뜯는 방향으로 발전한 거문고와 가야금에 비해 해금의 연주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을 뜯으면 음의 타점이 생겨 포인트를 줄 수 있는 특징이 생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액센트를 주거나 음 하나 하나에 포인트를 줄 수 있습니다. 반면 뜯고 난 이후로는 소리가 점점 사라집니다. (진동이 점점 약해지므로)그래서 긴 음을 지속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활로 연주하는 악기는 (찰현악기 : 마찰을 이용하여 현의 진동을 만들어내는 주법을 사용하는 악기)활이 그어지는 순간들이 전부 진동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소리를 지속할 수 있습니다. 마치 관악기가 호흡으로 음을 지속하는 것처럼 현악기에서 이런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국악기에서 매우 드문 일입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해금은 국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고음역에서 현악기의 소리가 길게 나오는 것은 해금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옛 문헌에는 해금을 현악기가 아닌 관악기로 분류하기도 하는데요. 현을 이용한다는 기준보단 음을 길게 내는 기준으로 분류하기 때문입니다.

 

해금의 현

우리나라의 해금은 두 줄입니다. 줄의 음정은 정확하게 완전5(~솔에 해당되는 간격)로 이루어지는데요. 이 두 줄로 민첩한 연주가 가능합니다. 여기서 해금만의 특징을 볼 수 있는데요. 해금은 지판이 없는 악기라 오로지 손의 감각으로 음정의 위치를 가늠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숙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조율방식이 순정률을 따르므로 조성이 바뀌는 것이나 임시표에 매우 민감합니다.

 

명주실로 되어 있는 현은 생각보다 소리 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피아노는 어린아이도 건반을 누르면 소리가 나는 구조나 해금은 소리나기까지 수개월이 걸려야 할 정도로 다루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금은 합주에서도 매우 개성적인 소리를 냅니다.

 

몽골의 마두금? 중국의 얼후?

몽골의 전통악기 마두금을 보면 해금과 유사점이 많습니다. 두 줄을 사용한다는 점과 악기를 수직으로 들어(현도 수직)가로 방향으로 현을 긋는 것, 그리고 극적인 효과를 내기 좋은 점이 공통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두금은 중음과 고음역대를 형성하고 있어서 해금보다 풍부한 저음을 내며, 지판이 있어서 다소 음정을 내기 유리합니다.(해금에 비해)

 

얼후와 해금은 뿌리가 같다고 보면 됩니다. 해금은 옛 방식에서 크게 변화한 것은 없으나 얼후는 많은 부분에서 달라져서 음색이 많이 다릅니다. 해금은 애절한 소리를 내는 반면 얼후는 비교적 차분하고 따뜻한 소리를 많이 냅니다. 명주실로 드라마틱한 소리를 내는 해금에 반해 얼후는 철제 현을 쓰며 운지도 서양악기와 비슷하여 해금에 비해 따뜻하고 안정적인 소리를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