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그 어떤 악기도 이 악기보다 구슬픈 소리를 내지 못합니다. 음색변화가 뛰어나고 음정의 변화에 민감한 국악기를 소개합니다.
신화 속에서 나오는 악기
옛날 옛적 삼국을 통일한 문무왕과 신문왕의 이야기에서 나라를 다스리는 신묘한 물건 ‘만파식적’이 등장합니다. 용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이 나타나 신문왕에게 대나무를 주었는데 대나무를 가지고 악기를 만들어 불었습니다. 이 악기를 부니 날씨가 좋아지고, 병도 없어지고, 나라를 위협하는 다른 군사들도 물러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라의 국보가 된 이 악기는 이후 왕실의 의례에 꼭 등장했으며 나라의 정통성,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물건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악기 중 가장 장엄한 신화와 함께 하는 악기 ‘대금’을 소개합니다. 신화에서 등장하는 악기는 천하 만물을 다스리는 엄청난 악기로 나옵니다. 그런데 대금의 소리를 들으면 때로는 맑고, 어쩔 때는 고요하며, 강할 때는 그 어떤 악기보다도 격정적인 소리를 냅니다. 변화무쌍한 음색과 구슬픈 소리는 대금만이 가지고 있는 멋진 특징입니다.
대금의 재료
대금은 ‘대나무’로 만듭니다. 악학궤범에 따르면 여러 해 동안 자란 황죽으로 만든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즘은 황죽은 잘 상요하진 않고 대마디 양쪽 모두 골이 있는 ‘쌍골죽’으로 제작합니다. 나무로 만들면 내구성이 약하고 음색이 불규칙 하기 마련인데 대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골도 일정한 편이어서 음정이나 음색이 곱게 나옵니다.
대금의 구조
대금은 입으로 바람을 불어넣는 취구가 있고 손으로 구멍을 막는 지공과 칠성공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바로 ‘청공’입니다. 청은 갈대를 의미하는데요. 갈대 청자를 써서 갈대잎이 막고 있는 구멍을 이야기 합니다. 보통 청공은 청가리개로 덮어두어 파손되기 쉬운 갈대잎을 보호합니다. 청공에 있는 갈대는 음이 연주할 때마다 떨려서 격정적이고 날카로운 소리, 때로는 울부짓는 듯 한 소리를 냅니다. (대금 음색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소리를 만들어 냅니다.)
청공에서 울리는 이 소리는 대금의 소리를 맑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요. 우리가 대체로 생각하는 대금의 음색은 대부분 청공에서 만들어 낸다고 할 만큼 청공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금의 활용
대금은 다양한 음악에서 활약을 합니다. 어떤 악기와도 조합이 좋고 독창적인 소리를 낼 수도 있어서 합주나 조합에서 확실한 역할을 해냅니다. 다른 악기를 받쳐주기도 하고 고음역에서 도드라진 날카로운 소리로 솔로의 역할을 잘 해내기도 합니다. 대금의 중저음역은 서양악기 플롯처럼 오버블로윙을 조심해야 합니다. 그래서 중음과 저음은 소리를 크게 낼 수 없습니다.(소리를 크게 내려 하면 오버블로윙으로 한 옥타브 위에 소리가 납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은은한 소리를 내는 중저음은 다른 국악기를 잘 받쳐주고 매끄러운 음색조합을 만들어 냅니다.
대금은 정악, 당악, 아악, 향악 모든 국악분야에서 활약합니다. 대체로 정악대금과 산조대금으로 악기가 나오는 데 산조대금이 조금 더 높은 소리가 나며 정악대금은 좀 더 묵직하고 낮은 소리를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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