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 새타령 VS 판소리 새타령
민요 새타령 VS 판소리 새타령
우리는 보통 ‘새타령’이라는 노래 제목을 두고 어떤 노래를 떠오르게 될까요? 혹자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트로트 가수들이 부르는 ‘새타령’을, 혹자는 트로트의 원곡인 남도민요 ‘새타령’을, 국악을 조금 아는 귀명창이라 하면 판소리에서 나오는 ‘새타령’을 떠올리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남도민요 새타령과, 판소리 새타령은 같은 노래일까요? (대중가요인 새타령은 민요가 원곡이기에 제외하겠습니다. ^^) 아니면 이름만 같고 다른 형식의 노래일까요? 오늘은 민요 새타령과, 판소리 새타령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 민요 새타령
민요 새타령은 남도민요 중 하나로 남도 잡가에 속합니다. 남도 잡가란 예전 포스팅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남도 지역 즉 전라도 지역의 소리꾼에 의해 전문적으로 불리는 민요를 일컫습니다. 쉽게 말해 향토적인 토속민요(ex: 모내기 소리, 김매기 소리, 노 젓는 소리) 보다는 좀 더 숙련되고 세련된 느낌의 노래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1. 사설의 내용
노래의 내용은 삼월 삼짇날인 봄날의 자연경관과 그 속에 날아든 갖가지 새들을 묘사하는 노래입니다. 또한 여러 새들을 나열하며 새들의 특징을 한문 투의 가사 말로 묘사하고 있어 격조 있는 표현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새타령에 나오는 ‘문왕(文王)이나 계시사 기산(岐山) 조양(朝陽)의 봉황새’라는 가사를 풀어보자면 ‘주나라 문왕이 계시니 기산(산 명칭)의 아침 햇살에 봉황새가 우는구나’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봉황새는 나라의 성인군자가 나올 때 울음소리를 내는 새로, 주나라의 문왕을 성인군자로 칭송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에 관련된 특징을 격조 있는 한문 투의 가사로 열거하고 있어 잡가의 전문성을 더하는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타령의 가장 큰 특징은 새소리를 직접적으로 흉내 내며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쑥국새, 꾀꼬리, 따오기 등 새소리를 실감 나는 의성어로 구사하여 노래를 부르는 것이 새타령의 묘미라 할 수 있습니다. 의성어로 되어있는 새소리의 사설 (쑥국, 뚜리루, 수리루리루 등)이 노래의 선율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에서 마치 새소리 같기도 하고 노래 같기도 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흥취를 돋아냅니다.
2. 민요 새타령의 음악 구성
노래는 서창과, 본창으로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처음 자진중중모리장단으로 시작하는 서창과, 중모리 장단으로 이어지는 본창입니다. 때에 따라 서창을 빼고 본창만 부르기도 합니다. 노래의 빠르기는 서창 부분에서 빠르게 시작하였다가 장단이 풀어지며 중모리부터(본창)는 느슨하게 부릅니다. 노래의 마지막까지 중모리로 되어있으나 점차 부르며 노래의 속도가 빨라지다가 결말부에 처음 중모리 템포로 다시 돌아가 끝마치게 됩니다. 노래를 2분박과, 3분박 교차 사용하며 부르기 때문에 리듬의 구성이 화려한 민요이기도 합니다. 새타령을 부르는 소요시간은 10분가량 걸릴 정도로 매우 긴 곡조로 되어 있습니다.
새타령은 선율은 계면조로 되어있습니다. 서양의 음계로 치자면 단조로 되어있는 셈이지만 노래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매우 흥겹고 화사합니다. 때에 따라 노래에 구슬프게 우는 새가 등장하는 사설이 있으면 남도계면조 창법을 부각해 서글프게 부르기도 합니다. 또한 할미새와 같은 희극적인 새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때는 할머니처럼 묘사하는 울음소리와 꼬리의 움직임을 표현하여 재미를 더하기도 합니다.
* 판소리 새타령
판소리에서 나오는 새타령은 수궁가, 흥보가, 적벽가 중에서 나오는 한 대목입니다. 수궁가의 새타령은 토끼가 다시 육지로 나오면서 자라와 부르는 노래이며, 흥보가의 새타령은 흥보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상황에서 나오게 됩니다. 매우 어려운 대목으로 손꼽히는 적벽가의 새타령은 위의(민요를 포함한) 새타령과는 달리 매우 슬픈 곡조의 노래로 ‘원조타령’이라고도 합니다. 원조타령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조조가 적벽강 싸움에서 패하여 오림으로 쫓겨 가는 도중 전쟁에서 죽은 군사들이 ‘원조’라는 새가 되어 원망을 하는 비극적이고 슬픈 대목이기 때문입니다.
1. 사설의 내용
적벽가 새타령의 사설은 전쟁 중에 억울하게 죽은 군사들이 조조를 원망하는 내용으로 조조의 악행을 고발하게 되는데 이때 새 이름과 관련된 고사성어로 나열하게 됩니다. 하나의 예를 들어 ‘귀촉도(歸蜀道) 귀촉도 불여귀(不如歸)라 슬피 우는 저 초혼조(招魂鳥)’라는 사설이 나오는데 여기서 귀촉도는 ‘촉나라로 돌아가는 길’로 촉의 임금이 쫓겨나 자신의 나라를 그리워하다 새가 되었다는 설화를 바탕으로 쓰인 가사입니다. 불여귀는 ‘돌아감만 못하다.’라는 뜻으로 소쩍새의 울음소리가 불여귀라고 들리기 때문에 붙여졌습니다. 초혼조는 혼령을 부르는 새입니다. 이를 통하여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군사의 원망과 비참함을 담고 있습니다. 위와 같이 사설에 대한 이면과 군사들의 설움이 부합하여 구슬픈 새소리로 표현하고 있어 사설의 완성도와 음악적 구성이 뛰어난 대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설의 패턴은 비극적인 내용을 먼저 설명한 후 새의 명칭을 붙이는 형식으로 되어있으며 다양한 새들을 열거하고 있습니다.
2. 음악 구성
사설의 극적 정황이 매우 슬픈 적벽가의 새타령은 민요 새타령과 동일하게 계면조로 되어 있으며 같은 계면조라 하더라도 적벽가의 새타령은 비장미가 부각되는 소리입니다. 장단은 중모리로 민요 새타령의 본창과 같은 장단이지만 새타령은 굿거리장단과 비슷하여 낭창낭창하게 탄력 있는 탬포로 진행되는 반면, 적벽가의 새타령은 매우 진중하고 느린 탬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같은 계면조, 같은 중모리라 할지라도 사설의 이면과 내용에 따라 분위기가 매우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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