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기는 듬직한 저음을 내는 악기가 흔하지 않습니다. 대체로 하나의 선율을 연주하고 여러 악기가 겹쳐서 나오는 음악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음역이 고르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통장단을 구현하는 북과 장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북과 장구의 울림은 국악 장단을 이끔과 동시에 중저음에서 둥둥~ 울려주어서 저음이 리듬과 함께 구현되는 특징을 지닙니다.
하지만 국악에서도 무엇인가 저음이 필요하거나 보강이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특히 현대의 퓨전국악은 더욱 많은 것을 표현하고자 하므로 저음악기가 많이 필요로 합니다. 그 갈증을 풀어주는 악기가 있으니 바로 ‘아쟁’입니다.
아쟁의 소리는 풍부한 저음과 배음을 가지고 있어서 듣는 사람에겐 안정감을 주고 따뜻하고 서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아쟁의 유래
본래 중국에서 알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웠습니다. 역사는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당나라에서 주로 쓰이던 악기로 당악이 우리나라에 건너오면서 악기도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당악에서부터 시작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처음에는 당악만 연주하였고 가뜩이나 저음이 없는 국악에서 아쟁의 사용은 많이 생소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이르러 정악과 아악이 정비되면서 아쟁도 그 역할을 찾게 되었습니다.
아악만 있었던 궁중의례 음악에 향악이 자연스레 들어오며 아쟁도 당악과 향악 모두 쓰는 악기가 되었고 후에는 산조, 시나위 같은 민속음악에서도 쓰이게 되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아쟁의 주법과 소리
아쟁은 손으로 뜯는 주법과 활로 긋는 주법이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의 현악기같은 소리가 나오는데요. 대체적으로 첼로와 비올라의 소리(비올라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와 가깝습니다. 하지만 아쟁의 소리는 국악기 고유의 음색을 가지고 있고 대아쟁의 경우 폭넓은 저음역을 커버하여 현대 국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손으로 뜯는 주법으로 아쟁을 연주하면 배음을 많이 포함하는 저음으로 인해 음정이 다소 불분명하게 들리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마치 서양악기인 더블베이스를 연상케 하는데요.(더블베이스 역시 저음의 배음이 너무 강해 붕붕~~ 거리는 느낌이 듭니다.)국악기에선 이렇게 풍부한 배음을 가진 악기가 드물기 때문에 현대 국악에서는 아쟁이 활약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뜯는 소리의 음색은 매우 부드럽고 어떤 악기와도 궁합이 잘 맞아 좋은 조합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활로 긋는 주법 역시 찰현(현을 비벼서 마찰을 통해 얻는 주법)이라는 독특한 특색을 지니고 있습니다. 찰현으로 연주하는 악기는 해금인데 해금은 특유의 강렬한 사운드를 내는 역할을 합니다만 아쟁은 그윽한 소리를 만들며 웅장하고 장엄한 느낌을 줍니다. 때로는 거칠고 힘있는 소리를 내며 강한 다이나믹부터 섬세한 악상까지 표현하여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쟁이 가진 최대의 장점은 주법의 다양화, 그리고 용도가 매우 다양한 점, 국악기에서 가장 낮은 음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아쟁을 연주하는 자세는 얼핏보면 가야금과 비슷한 것 같으나 주법은 너무나 다릅니다. 활을 그어야 하고 현의 두께나 장력, 악기의 무게가 다릅니다. 또한 줄이 팽팽하고 굵어 가야금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가야금은 섬세하게 접근한다면 아쟁은 장력과 선의 굵기를 어느정도 감안한 운지와 활긋기, 튕기기가 필요합니다. 주법이 상당히 어려운 편임으로 숙련과정까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남도소리와 아쟁
아쟁의 소리는 남도소리와 잘 맞는 편입니다. 선이 굵고 걸쭉한 남도소리와 굵은 저음을 거칠게 낼 수 있는 아쟁이 서로 잘 어울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1900년대부터 아쟁은 시나위 나 산조, 남도민요나 민속악을 자주 반주하였고 진도 씻김굿의 반주 악기로도 활용되었습니다. 이렇듯 남도소리를 가장 잘 받쳐줄 수 있는 악기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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