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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판소리에서 찾아 본 배뱅이굿

오늘은 서도소리 중에서 판소리와 아주 유사한 형태의 재담소리인 배뱅이굿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배뱅이굿의 내용

 

재력과 문벌을 모두 갖춘 한 부부가 있습니다. 이들은 늦도록 자식이 없이 살아가다 어느 날 태몽을 꾸게 됩니다. 달비를 배배 틀어 치마폭에 넣는 태몽을 꾸었다 하여 이름을 배뱅이라 짓고 귀한 딸을 갖게 됩니다. 무남독녀 외딸로 자란 배뱅이는 18세에 우연히 병을 얻어 죽고 맙니다. 이를 알게 된 엉터리 박수무당이 배뱅이의 넋을 달래는 굿을 하겠다고 자처합니다. 배뱅이의 부모는 박수무당이 시키는 대로 팔도의 무당들을 불러와 굿을 하게 됩니다. 박수무당은 거짓으로 넋풀이를 해주며 그들의 가산을 탕진하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배뱅이굿의 사설 (자료출처: 국립민속박물관)

 

 

판소리와 배뱅이굿

1. 역사적 흐름으로 본 배뱅이굿

배뱅이굿은 판소리의 55 바탕에서 보았던 충, , 절개 등의 보편적인 가치관을 담고 있지 않습니다. 판소리 실전 7가의 주제의식과 비슷한 맥락에서 양반의 가산을 탕진하게 하는 박수무당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으며 풍자적인 성격의 재담소리입니다. 판소리의 향유층이 양반에서 다시 서민층으로 돌아가던 19세기 후반 시점에 완성된 배뱅이굿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공연 양식의 유사함

중간에 나오는 팔도 무당의 굿에서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게 되는데 19명의 등장인물을 한 명의 소리꾼이 재담과 노래로 연기하며 굿의 요소를 흥미롭게 재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대목에서 판소리의 특징과 매우 유사한 점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춰 일인 다역으로 노래하고 연기하는 형태는 판소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몸짓과 발림을 섞어가며 창과 아니리를 교차하여 서사적인 이야기를 노래한다는 점도 이 둘의 공통점입니다. 그리고 배뱅이굿에 판소리의 음악적 요소가 수용되었다고 보이는 부분은 육자배기토리와 판소리의 우조의 선율을 사용하였다는 점과 판소리 장단인 진양, 중중모리, 자진모리를 사용하여 노래한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3. 음악적 요소의 차이

이 둘의 큰 차이점은 소리의 선율인 토리에서 나뉩니다.. 판소리는 육자배기토리의 선율로 되어있는 반면 배뱅이굿은 수심가토리의 선율이 주를 이룹니다. 또한 반주자의 형태로 차이를 보이는데 판소리는 소리북 장단으로 반주를 하는 반면 배뱅이굿은 장구를 반주로 하여 노래합니다. 그리고 배뱅이굿은 장구 외에도 해금, 피리, 젓대, 바라를 사용하여 반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배뱅이굿의 전승계보를 잇는 이은관 명창과  배뱅이굿의 LP판 (자료출처: 국립민속박물관)

 

배뱅이굿의 전승

배뱅이굿의 시초는 황해도와 평안도 두 지역에서 창제되었습니다. 두 지역에서 전승되는 서사 구조는 크게 차이가 없으나 사사한 명창에 따라 학습된 내용이라든지, 소리꾼의 기량과 그것을 연행하는 공간과 장소 등에 의해 조금씩은 차이를 보입니다. 현재 배뱅이굿 황해도 지역의 전승 계보를 잇고 있는 현황은 문창규 명창에 이어 양소운 명창이 전승하고 있습니다. 평안도 지역의 배뱅이굿은 김관준 명창에 이어 이은관 명창에게 전수되었는데 이은관 명창은 서도지역의 소리인 배뱅이굿을 남한에 널리 알리며 활발하게 활동한 명창으로 꼽힙니다. 1984년 배뱅이굿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로29 등재되었으며 이은관 명창이 보유자로 지정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