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마당의 판소리 – 4편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12마당의 판소리 중 실전 7가 마지막 바탕들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10. 옹고집타령
옹고집 타령은 실제 창본은 없지만 기록본으로 사설만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박동진 명창에 의해 복원되어 불리기도 한 옹고집 타령은 ‘장자못전설’, ‘쥐설화’ 등과 같은 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이 바탕소리는 송만재의 ⌜관우희⌟에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는데 실제 옹고집전의 소설과 내용이 매우 흡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맹랑촌에서 아주 부유하게 살고 있는 옹고집이란 인물이 있습니다.
성격이 고약하고 고집도 센 그는 매사에 부정적이고 늙은 노모를 돌보지도 않았으며 집에 찾아온 거지나 중을 보면 매질을 하여 쫓아내기 일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도사가 옹고집에게 행패를 당하고 오게 되자, 볏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옹고집과 똑같은 모습으로 둔갑시켜 벌하게 됩니다. 관가에 가서 진짜 옹고집과 가짜 옹고집을 가려내 보지만 오히려 진짜 옹고집은 곤장을 맞고 쫓겨나게 됩니다. 동냥과 문전걸식을 하고 다니던 옹고집은 죄를 뉘우치고 산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도사를 만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옹고집타령은 흥보가에서의 놀보와 비슷한 유형의 인물로 부정적이고 반인륜적인 인물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흥보가와 유사성을 띄고 있습니다. 그러나 흥보라는 인물의 장치 없이 오로지 부정적인 인물의 비윤리적 행태만을 그린 작품이라는 점에서 실전되었을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후기 무렵 부민층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오직 부의 축적만을 생각하는 그들에 대한 비도덕적인 윤리의식을 비판하는 가치관이 반영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1. 무숙이 타령
무숙이 타령 또한 현제 전승되고 있는 창본은 없으나 송만재의 ⌜관우희⌟와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 기록된 실전 7가 중 하나입니다. 또한 박순호 소장 필사본 「게우사」에서 무숙이 타령의 구체적인 사설을 담고 있는 기록을 발견하여 판소리 12마당에 포함된 소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김무숙은 서울 상인으로 부유층이었습니다. 유흥과 탕진을 좋아하던 그는 아내도 돌보지 않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더 이상 기생집을 드나들지 않겠다던 약속을 저버리고 의양이라는 기생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어 첩으로 삼게 됩니다. 의양에게도 유흥 생활을 금하겠다는 약속을 하지만 무숙은 이내 다시 방탕한 생활을 하게 됩니다. 이를 본 의양은 무숙을 개과천선하게 할 궁리 끝에 그녀의 하인인 막덕이를 시켜 온갖 재산을 모두 팔고 그의 양아버지인 평양 경주인에게 맡겨 놓습니다. 이후 의양은 호기롭게 돈을 쓰며 유흥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하였고 무숙은 큰 돈을 탕진해 선유놀음과 유산놀음을 벌입니다.
점차 돈이 바닥나기 시작한 무숙은 의양에게 비난을 받고 본처에게로 돌아가지만 본처 또한 가난하고 궁핍한 상태였기에 집마저도 잃게 되어 오갈 곳 없는 신세로 전락합니다. 이때 의양은 본처에게 미리 자신의 계획을 이야기하고,, 막덕이를 시켜 무숙을 하인으로 들이게 됩니다. 의양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 무숙을 육체적 심리적으로 고통스럽게 합니다. 마침내 의양은 그동안의 자신의 계획들을 다 이야기하고 무숙과 다시 잘 살아가자며 개과천선하게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무숙이타령은 왈짜 김무숙이 탕아로 살아온 생활에 대한 비판의식과 풍자 의식이 담긴 작품입니다. 한편 무숙이 타령에서 눈여겨볼 점은 이 작품으로 인해 조선시대의 선유놀음과 유산놀음이 어떻게 행해졌었는지를 가늠케 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12. 가짜신선타령
가짜신선타령은 12마당 중 유일하게 사설과 창이 전부 실전된 마당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12마당 안에 가짜신선타령이 포함되게 된 것일까요. 바로 송만재의 ⌜관우희⌟에서의 기록 때문이었습니다. 칠언 절구로 되어있는 한시에서 가짜신선타령의 이야기의 줄거리를 파악해 볼 수 있습니다. 신선이 되고 싶었던 주인공 광풍은 금강산으로 들어가 한 노승을 만나게 되어 신선이 되는 방법을 묻게 됩니다. 그러나 노승은 신선이 될 수 있다는 속임으로 천년도 복숭아와 천일주 술을 주어 광풍에게 먹입니다.
광풍은 가짜 신선에게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망신을 당한다는 내용의 이야기입니다. 신선이 되고자 하는 허황된 꿈을 비판하고 풍자하는 내용의 작품인데요. 이러한 가짜신선타령의 이야기는 안서우의 ⌜금광탄유록⌟에 매우 유사한 내용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송만재의 ⌜관우희⌟보다 앞선 기록으로 가짜신선타령이 소설로 먼저 생성이 되고 이후에 판소리화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을 해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지금까지 판소리 12마당에 대하여 이야기의 내용과 특징 등을 알아보았습니다. 현존하는 판소리 5바탕은 19세기 판소리 향유층의 수요에 의해 계속하여 전승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취향에 맞는 소리란 첫 번째 충과 효, 절개, 우애 등의 보편적이면서도 윤리적인 내용의 사설, 두 번째 긍정적인 주인공들의 성격, 세 번째 적절한 비장미와 골계미의 배합이라는 공통점들이 있었습니다.
실전된 7마당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 특징은 부정적인 주인공의 성격과, 세태 비판이 담겨있는 풍자, 지나치게 골계미가 부각된 사설의 내용 등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향유층에 취향에 맞지 않는 소리로 전락하게 되었고 19세기 중 후반부에 점차 실전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 실전된 판소리를 복원하거나 재현하는 작업들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상상력을 발휘한 실전 7가의 또 다른 모습들을 기대하며 판소리 12마당 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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