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마당의 판소리 – 3편
오늘은 판소리 현존하는 5마당 외에 실전된 7마당을 차례대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6 변강쇠타령
변강쇠타령은 송만재의 ⌜관우희⌟에서 기록된 것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를 신재효가 다시 개작하여 사설을 구체화하였습니다. 변강쇠타령의 줄거리는 남도에 사는 천하의 음남 변강쇠와 평안도에 살던 음탕한 여인 옹녀가 서로 유랑을 하다 만나게 되어 결혼하면서 시작됩니다. 열심히 살림과 일을 하며 살던 옹녀는 허랑방탕한 생활을 하던 변강쇠를 보다 못해 나무를 해오라고 하였고, 변강쇠는 지리산의 장승을 땔감으로 뽑아오게 됩니다. 노한 장승들은 변강쇠를 벌하게 되고 결국 변강쇠는 동티가 나 죽게 됩니다. 변강쇠의 시체를 치우려고 옹녀는 다른 남자들을 유인하게 되는데 다들 죽어나가거나 변강쇠의 시체에 달라붙게 됩니다. 결국 뎁득이라는 인물이 이들을 구하고 변강쇠의 장례를 치른 뒤 떠난다는 내용입니다. 이처럼 변강쇠타령은 ‘성’에 대한 이야기와 ‘죽음’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또한 조선시대의 유랑민들의 모습을 해학적인 모습으로 그려내며 그 시대 사회상을 풍자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7. 장끼타령
장끼타령에 대한 기록은 송만재의 ⌜관우희⌟와,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장끼타령은 실전 7마당 중 유일하게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우화적인 판소리입니다. 장끼와 까투리가 부부로 살아가던 중 가난으로 인해 자식들이 굶어 죽게 됩니다. 장끼는 서대쥐를 찾아가 양식을 얻어왔지만 이마저도 동이 나고 자식 둘이 병을 얻어 죽게 되는 상황이 됩니다. 더 이상 오갈 곳 없이 유랑하던 장끼 가족은 길가에 놓인 콩을 하나 발견하게 되는데 까투리가 콩 주변에 사람 흔적이 보인다며 먹지 말라고 장끼를 만류합니다. 그러나 결국 콩을 먹은 장끼는 포수가 놓은 덫에 걸리게 되고 까투리는 장끼의 장례를 치르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전해오는 이야기 대부분이 일맥상통하나 이후 결말 부분은 조금씩 상이합니다. 장례를 치르며 문상 온 여러 새들에게 구애를 받게 되지만 정절을 지킨다는 내용과, 문상 온 홀아비 장끼와 다시 재혼을 하는 이야기와 마지막으로 원앙새와 재혼하는 내용 이렇게 세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정절을 지키느냐 다른 새와 결혼을 하느냐에게 결말이 엇갈리게 되는 장끼타령의 줄거리였습니다. 이러한 이유는 판소리를 듣는 청자가 서민에서 양반층으로 옮겨가며 그들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내용의 결말이 조금씩 변모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장끼타령 또한 변강쇠타령과 비슷한 맥락의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당시 유랑민들의 사회상을 담고 있으며 서민들의 가난함, 여성의 정절, 이를 요구당하는 시대상에서의 해방 등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8. 배비장전
배비장전은 유진한의 ⌜만화집⌟에서 최초의 기록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송만재의 ⌜관우희⌟에서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제주로 부임가게 된 배비장은 그 곳에서 기생 애랑이 정비장이라는 자와 이별하면서 갖은 재물과 입던 옷까지 뺏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이를 보며 자신은 절대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을 것이며 도덕군자를 자처하게 됩니다. 그러나 자신의 상관인 제주목사와 애랑, 방자의 계략에 넘어가게 됩니다. 그들의 계략은 한라산에 놀이하러 갔다 애랑이 목욕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하고 결국 배비장은 첫 눈에 반하게 합니다. 애랑을 찾아간 배비장은 유혹에 빠지게 되고 그 때 마침 자신의 남편이 들이닥쳤다며 배비장을 자루 속에 집어넣게 됩니다. 애랑의 남편 행세를 한 방자는 자루 속에 있는 배비장을 골탕 먹이고 이번엔 자루가 아닌 궤 속으로 들어가게 하여 궤를 강물에 버리겠다고 합니다. 궤 속에 있던 배비장은 강물에 던져졌을 것이라 생각하고 밖으로 나왔지만 그 곳은 강물이 아닌 관청 마당이었고 애랑과 방자 제주목사 등의 웃음거리가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배비장전은 양반층과 지배계층을 적나라하게 풍자하는 작품입니다. 그들의 위선적인 윤리의식을 비판하고, 나아가 애랑과 방자라는 피지배층에 의해 배비장을 망신 준다는 골계적인 내용이 서민들에게 공감을 얻기 좋은 소재였습니다.
9. 강릉매화타령
강릉매화타령은 송만재의 「관우희」, 조재삼의 ⌜송남잡지⌟, 신재효의 「오섬가」, 정노식의 ⌜조선창극사⌟ 등 다양한 곳에서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었지만 강릉매화타령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던 문헌으로는 이영규의 소장본 ⌜매화가라⌟ 였습니다. 강릉사또의 책방인 골생원이 강릉의 기생이었던 매화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었지만 이 내 한양으로 과거시험을 보러 가게 되어 매화와 이별하게 됩니다. 골생원은 매화를 그리워하다 과거시험에도 매화에 대한 시를 쓰며 낙방하게 됩니다. 다시 강릉으로 매화를 찾으러 가는 도중 강릉사또의 지시를 받은 여러 백성들에게 매화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갖은 계략에 빠져 망신을 당하고 오게 된 골생원은 강릉사또에 의해 귀신처럼 분장을 한 매화를 만나게 됩니다. 매화는 자신처럼 혼령이 되라고 하며 골생원의 의복을 벗기고 경포대로 장례를 치르러 가게 됩니다. 그 곳에서 혼령처럼 행세하던 골생원은 강릉사또가 담뱃대를 지지자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망신을 사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강릉매화타령은 앞서 보았던 배비장전과 매우 흡사한 내용과 주제를 다룬 작품입니다. 위선적인 지배층의 모습을 풍자하고, 호색을 밝히는 양반층에 대한 비판이 담긴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다음 시간에도 나머지 실전 7가에 대한 내용을 알아보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문화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소리명창 –4. 근대와 일제강점기의 소리꾼들 (0) | 2021.04.07 |
---|---|
국악의 전진기지 - 권번과 가무연구회 (0) | 2021.04.04 |
경기소리명창 - 전설의 3인방 (0) | 2021.04.01 |
12마당의 판소리 – 2편 (0) | 2021.03.31 |
경기소리 명창의 지역 - 사계축 (0) | 2021.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