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마당의 판소리 – 2편
3. 흥보가
흥보가의 주된 이야기는 ‘형제간의 우애’와 ‘물질적 가치’입니다. 흥보가는 5바탕 소리 중 가장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내용의 사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때문에 흥보가는 소리와 더불어 아니리와 재담 같은 연극적인 요소를 잘 살려서 불러야하는 마당 중의 하나입니다. 가난한 아우 흥보가 부러진 제비다리를 고쳐주고 이듬해 봄에 박씨 하나를 얻게 되는데, 이를 심어 박을 타고 부자가 됩니다. 소문을 들은 부자 놀부는 흥보를 쫓아 제비다리를 일부러 부러뜨리고 마찬가지로 제비가 물고 온 박씨를 심어 박을 열게 되는데, 그 속에서 나온 괴물들에게 벌을 받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권선징악의 구조를 가진 흥보가는 물질적인 가치가 대두되었던 조선시대의 사회상을 잘 담아내고 있어 그 당시 많은 공감과 인기를 얻었던 소리입니다. 흥보가의 주요 대목으로는 ‘화초장타령’, ‘가난타령’, ‘박타령’, ‘제비후리러 나가는 대목’, ‘제비노정기’ 등이 있습니다.
4. 수궁가
수궁가는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는 가장 우화적인 이야기의 판소리입니다. ‘별주부가’라고도 불리는 수궁가의 주제는 ‘충’과 ‘지혜’를 담고 있습니다. 용왕이 병이 들어 약으로 쓸 토끼의 간을 구하러 충신 별주부가 육지로 나가 토끼를 잡아오게 됩니다. 토끼의 꾀로 다시 풀려나게 되어 위기를 모면하는 이야기입니다. 수궁가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연극적으로 표현하기 위하여 소리꾼의 기량을 요하는 소리로 완창 시간은 3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바탕입니다.
수궁가의 눈 대목으로는 ‘약성가’, ‘고고천변’, ‘상좌다툼’, ‘토끼 화상 그리는 대목’, ‘ 좌우나졸’ 등이 있습니다. 또한 수궁가 중 눈 여겨 볼만한 대목으로는 ‘토끼가 욕설하는 대목’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추천목에 능했던 명창 염계달이 판소리에 경드름 시김새를 새롭게 도입하여 우스꽝스러운 사설의 이면을 표현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적벽가
앞서 보았던 4개의 바탕이 전부 구전심수로 전해진 우리나라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다면 적벽가는 유일하게 중국의 소설인 나관중의 ‘삼국지연의’ 중 적벽대전을 따와 새롭게 판소리로 개작한 작품입니다. 적벽가는 남성적인 소리의 대표적인 바탕으로, 영웅들을 등장인물로 하였다는 점과, 한문 투의 고어로 된 사설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양반들의 사랑을 많이 받았던 판소리입니다. 또한 조조라는 영웅을 풍자하고 희극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평민들의 마음을 대변하였고, 전쟁에서의 병사들의 애환과 고충을 그리고 있어 서민들에게도 공감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적벽가는 ‘충’과 ‘의’, ‘지배층의 풍자’를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줄거리는 유비, 관우, 장비가 도원결의 하여 삼고초려 끝에 제갈공명을 지략가로 삼게 됩니다. 이들은 제갈공명을 오나라로 보내 손권에게 동남풍을 빌어주고 조조의 대군과 적벽대전을 일으키게 합니다. 적벽대전에서 패한 조조는 도망치다 관우에게 잡히게 되지만 관우의 아량으로 조조를 풀어준다는 이야기입니다. 적벽가는 사설의 내용과 부합하기 위해 매우 웅장하고 진중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소리들로 표현된 대목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공력이 들어간 힘이 있는 대목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소리꾼의 뛰어난 기량이 요구되어 왔던 바탕 소리입니다. 적벽가의 주요 대목은 ‘도원결의’, ‘삼고초려’, ‘군사설움’, ‘자룡 활 쏘는 대목’, ‘불 지르는 대목’, ‘새타령’ ‘군사점고’ 등이 있습니다.
앞서 보았던 판소리 5바탕의 공통점으로는 충, 효, 우애, 신의, 절개, 사랑, 지혜 등의 보편적인 주제들을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적절한 비율로 지배층에 대한 풍자와 해학을 그려내 비장미와 골계미를 더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긍정적으로 그려낸 주인공들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위의 5마당 판소리는 조선시대 중반 양반들의 기호에 맞는 판소리로 계속하여 존재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도 현존하는 소리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다음시간에는 12마당 중 실전된 7마당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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