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놀이-2편
남사당패를 닮은 사물놀이패
사물놀이가 농악을 원천으로 하여 만들어진 근원으로는 사물놀이를 만든 이들이 남사당패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의 아버지나 혹은 스승들이 남사당패의 일원이었기 때문에 남사당패의 농악가락을 자연스럽게 어렸을 때부터 접했을 것입니다. 김덕수의 부친 김문학과, 김용배의 스승 최성구, 그리고 이외에 남사당패 여러 인물들의 도움으로 농악의 가락들을 집대성하는 데에 큰 바탕이 될 수 있었습니다.
남사당패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부분 중 하나는 남사당패의 주요 레퍼토리 중 하나인 ‘비나리’를 일례로 들 수 있습니다. 고사소리인 ‘비나리’는 액운을 막고 축원덕담을 하는 노래이기에 그 의미에 부합하여 사물놀이패의 고정 레퍼토리화 되었습니다. 사물놀이패가 비나리를 할 때는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또는 그 날의 공연이 잘되고 관객들을 맞이하는 환영의 의미와 덕담을 하는 행사의 성격을 갖게 된 것입니다.
사물놀이에 농악과 무악을 더하다
사물놀이의 가락을 들여다보면 무속악에서 쓰이는 기법들을 가져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들은 각 지방의 무속악의 명인들인 경기도당굿의 지영희, 진도씻김굿의 박병천, 동해안별신굿의 김석출 등을 찾아가 그들의 타법과 가락 등을 학습하였습니다. 이로써 기존 삼도농악(호남우도, 영남, 웃다리)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사물놀이에 무악을 접목하는 재창조의 과정을 일구었습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민속악의 다양한 타법과 가락들을 폭넓게 확장하면서 수면 밖으로 비추게 하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앉은반과 선반
본래 농악에서 하는 풍물놀이는 넓은 마당이나 마을에서 다양한 형태의 대형을 만들어가며 시각적 위주의 연주를 하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사물놀이는 관객석이 갖추어진 공연장에서 청각적 위주의 연주를 하는데 여기서 한눈에 쉽게 들어오는 이 둘의 차이점은 서서하는 것과, 앉아서 하는 연주형태라는 점입니다. 쉽게 말해 전자는 ‘서서’ 다양한 진을 짜며 시각적 연주를, 후자는 갖춰진 공연장에 ‘앉아서’ 청각적 연주를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사물놀이를 ‘앉은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풍물놀이와 사물놀이를 구분 짓는 대표적인 공연형식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사물놀이에는 ‘앉은반’만 있는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사물놀이에는 ‘선반’이라는 레파토리가 있습니다. 선반을 다른 말로 하면 ‘판굿’이라고도 합니다. 판굿은 풍물놀이와 가장 흡사한 연희 형태를 집약하여 무대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물판굿은 풍물을 좀 더 세련되게 완성시킨 것으로 사물놀이에서 다소 축약된 연희적 성격을 보완하고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사물판굿에는 머리에 부포와 채상모를 쓰는데 비해 풍물판굿에서는 상모를 쓰는 대신 대부분 머리에 고깔을 쓰는 것이 이 둘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사물판굿은 5명 정도의 최소 인원으로도 연주가 가능하나 풍물판굿은 사물을 연주하는 연희자의 규모가 몇 배 이상은 되며, 깃발을 드는 기수, 태평소를 부는 악사, 소고잽이, 무동, 잡색 등 다수의 공연자가 투입되어 구성됩니다.
즉 사물놀이에는 ‘앉은반’과 ‘선반’이 있으며, 앉은반은 사물놀이는 지칭하는 또 다른 대표적 이름입니다. 그리고 선반은 풍물에 가장 가까운 연희적 성격을 띠는 사물놀이로 풍물과 조금 다른 점은 머리에 쓰는 상모과 고깔에 차이를 보이며, 공연자의 인원 수 구성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마을사람들의 신명을 그대로 공연장으로 가져와 예술적인 깊이를 더한 사물놀이는 농악과 무악의 영역까지 아우르며 민속악의 집약된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민족의 흥과 신명을 넘어서 세계의 신명을 통하게 하는 사물놀이. 사물놀이의 역동적이면서 생동감 있는 예술성은 우리나라의 전통의 가치를 더욱 높여 줄 문화 자산임을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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