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예술

추임새를 잘하려면?

 

추임새를 잘하려면??

 

 상대방을 치켜세워주는 소리 추임새. 추임새는 소리판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감탄사인 것 같습니다. 가령 아이에게 칭찬을 한다거나, 노래가 시작하기 전과 끝난 후 박수를 친다거나, 축구경기와 같은 스포츠를 관람하다가 응원 내지는 환호한다거나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쓰이곤 합니다. 이로써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고 기운을 북돋아 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쓰이고 있는 추임새를 국악판, 소리판에 들어와서 사용하게 되었을 땐 막상 익숙하지 않고 어색하기까지 합니다. 이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판소리를 보며 추임새를 내뱉기까지 주저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 평소 우리가 접하고 있는 공연양식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 닫힌 공간과 열린 공간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공연들 예컨대 뮤지컬, 콘서트, 연극 등의 공연은 공연자와 관객과의 상호관계에서 분리가 되어있는 닫힌 공간의 예술적 장르입니다. 관객들은 무대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3인칭의 시점에서 공연자가 만드는 공연을 관찰하고 관람합니다. 그러나 소리판에서의 무대는 이와 반대로 관객과 상호작용하며 능동적으로 함께 공연을 만들어가는 열린 공간으로 작용합니다. 소리꾼의 공연 행위에 관객은 같이 교감하고 추임새를 통해 소리판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또한 소리꾼과 관객의 중간에 징검다리의 구실을 하는 고수의 추임새가 있기에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표출하고, 소리꾼의 공연에 합류할 수 있게 합니다. 이러한 공연적 특성을 이해하고 관람한다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추임새를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무질서 가운데 질서

 추임새는 개개인이 느끼는 감정의 표출이기에 정해진 양식과 규정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공연에 지장을 줄만큼의 추임새를 넣는다거나,, 공연의 흐름에 맞지 않는 추임새를 한다면 잘못된 소통의 연결이 될 수 있습니다. 추임새는 어느 정도 일정한 패턴의 방법이 있습니다. 먼저 추임새의 종류에는 얼씨구’, ‘좋다’, '잘 한다', ‘지화자’, ‘그렇지’, ‘얼쑤’, ‘으이’, ‘’, ‘’, ‘암은등의 추임새가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감탄사를 넣어서 하면 됩니다.

 

이러한 추임새들은 판소리의 이야기 전개 흐름에 맞추어 적재적소에 넣어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춘향가에서 춘향과 이몽룡이 이별하는 대목의 소리에 지화자’, ‘좋다등의 긍정적인 표현의 추임새를 넣는 다면 사설의 이야기 흐름에 맞지 않는 추임새가 되어버립니다. 사설의 내용이 슬프거나 애잔할 때는 슬픈 어조의 또는 동조의 느낌으로 ‘으이’, ‘그렇지’, ‘암은등의 추임새를 사용하여야 합니다. 반대로 흥보가의 박 타는 대목처럼 금은보화가 나오는 신나는 분위기의 소리에서는 긍정의 추임새인 얼씨구’, ‘잘 한다’, ‘좋다등의 추임새를 흥겹고 신명 나는 어조로 표현한다면 소리판의 흐름과 잘 맞는 추임새가 됩니다.

 

그리고 춘향가 중 춘향이 변사또에게 매를 맞는 장면인 십장가처럼 비장한 대목에서는 힘 있고, 씩씩한 느낌의 ‘으이’, ‘등의 기합을 넣는 듯 한 추임새가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또한 정해진 것이 아니라 같은 얼씨구라는 추임새라고 하여도 각각의 악상의 느낌에 따라 슬픈 어조로 지긋이 한다거나, 흥겹게 또는 씩씩하게 하는 것도 또 하나의 방법입니다. 이 외에도 사설 전개의 흐름과 상관없이 소리꾼의 공력과 기교가 특출 나 잘한다는 생각이 들 때. 또는 시김새가 어려운 순간을 매끄럽게 잘 넘어갈 때 등 관객이 순간적으로 느끼는 감탄하는 시점에 추임새를 넣는 것 또한 소리꾼과 관객이 소리판을 함께 만들어가는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 공간을 채워주는 또 다른 소리

 판소리는 8~9시간 혼자서 부를 때 아무런 추임새 없이 부른다는 것은 소리를 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괴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판소리를 하는 중간, 아니리를 하는 중간. 창자가 잠시 숨을 돌리는 순간 등 판소리 공연에 빈 공간을 채워주는 것이 추임새의 역할입니다. 6박으로 되어있는 진양조 대목인 적성가를 예를 들자면 한 장단에 적성의~’라는 가사로 되어있지만 실제 소리를 내어 음을 구사하는 것은 4박까지입니다. 그렇다면 남은 5박과 6박의 휴지 공간에 추임새로 메꿔주면 됩니다. 추임새가 없다면 고수의 장단 가락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이렇듯 소리의 빈 공간을 채워주며 소리를 완성시켜 주는 것이 추임새의 미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에서 전해진 왕실음악 아악 vs 당악  (0) 2021.05.03
사물놀이 - 1편  (0) 2021.05.01
아름다운 섬 제주의 노래들  (0) 2021.04.24
판소리의 가왕 송흥록 - 2편  (0) 2021.04.21
사당패의 소리와 공연  (0) 2021.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