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석꾼’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우리 역사 속 이야기에 잘 등장하는 사람입니다. 곡물을 만석이나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대지주를 부르는 말입니다. 신분과 재산에 다른 조선후기의 사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세금은 국가적으로 가장 민감한 사항입니다. 조선 후기 이전은 세금은 무조건 농작물과 특산물 위주가 되었습니다. 화폐경제가 발달하지 못했고 상공업이 발달하지 않아서 생긴 일입니다. (우리가 민속촌이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상공업, 공예품, 가내 수공업 관련 유물은 그 시대에도 제작이나 거래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할 뿐 상공업이 발달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습니다.)
조세는 무조건 토지+곡물로 측량을 했으며 포상도 토지와 수조권(세금을 걷을 수 있는 권리)로 구분하였습니다. 조선후기 재산의 중심은 대체로 ‘토지’(땅)에 있었습니다. (무엇인가 현대와 비슷하지 않습니까?) 정부는 항상 만성적인 재정난에 시달리고 중간에 백성들은 어떻게 해서든 세금을 내려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항상 농민들이 내는 세금은 늘어납니다. 이런 모순점을 해결하기 위해 연분9등법, 양척동일법, 대동법, 영정법, 균역법 등 시대별로 토지제도는 계속 바뀝니다. 그런데 점점 늘어나는 것은 재산을 막대하게 불리는 지주였습니다. 지주의 숫자가 많아졌다기 보단 지주가 차지하는 토지의 면적이 늘어났습니다.
일반 백성은 ‘전호’라 불립니다. 지주가 가진 땅에서 일을 하고 수확량의 일부를 급여로 받아가는 방식입니다. 수확량의 일부를 받는 것은 제법 합리적으로 볼 수 있는데요. 문제는 세금에 있었습니다. 수확량의 차등을 두고 지주가 세금을 많이 내는 방식으로 바뀌게 되자 지주들은 세금을 농민에게 떠넘겨 버립니다. 결작부담을 소작농에게 전가 하는 것으로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됩니다.(이것도 현대와 비슷합니다. 세금을 늘릴수록 전월세 가격이 올라갑니다.)
소작농의 세금부담이 증가하고 화폐사용이 증가됨에 따라 ‘공인’(공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증가합니다. 상품에 대한 수요나 공급이 증가하며 민영수공업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원산, 강경, 삼랑진 등의 포구가 발달하고 상품의 운성을 담당하는 경강상인이 활약하는 등 화폐경제와 상공업이 본격적으로 발달합니다.
국가재정이 건전하지 않고 상공업으로 부를 축적한 상인계급이 등장하자 이 둘은 합법적으로 신분을 사고 파는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납속과 공명첩으로 관직이나 병역을 면제하는 제도가 생깁니다. 그리고 족보를 위조하거나 매입하는 일이 벌어지며 신분 상하 이동이 가능한 세상이 됩니다.
여기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계급이 ‘중인’입니다. 중인은 서얼출신이나 기술관들입니다. 서얼출신은 관직에 등용되지 못하거나 중요한 관직인 ‘청요직’에 진출하지 못하는 제한이 있었습니다. 중인들도 상인과 마찬가지로 남속책, 공명첩을 이용하여 관직에 진출하기도 하였고, 통청운동을 진행하며 신분적 차별을 없애기 시작하였습니다.
부를 축적한 기술관등은 돈과 실력이 있음에도 고급관료로 진출이 되지 않았던 불만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학습하는 공동체인 ‘시사’활동을 전개하기도 하고 전문적 지식과 기술을 갖추며 무역과 상업으로 부를 축적합니다. 부를 통해 관직을 사기도 하고 신분을 올리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양반의 숫자가 증가했으며 양반이 누리던 특혜인 ‘조세’가 흔들리기 시작하였습니다. 또한 양반 안에서 또 다른 신분이 생겨나게 됩니다. 권반은 벼슬을 가진 양반이며, 향반은 지역에 있었던 양반 중 벼슬을 하지 않은 양반입니다. 잔반은 이름만 양반이며 벼슬도 재물도 없는 양반이나 예전 조상이 가진 신분만 이어받은 사람들입니다. 이런 신분의 이동과 계층의 분화는 박지원의 소설‘양반전’에 잘 나옵니다. 너무나 코믹하고 위트있는 책이므로 꼭 한 번 읽어두시길 권합니다.
조선후기는 조세가 흔들리고 상공업이 대두되며 신분의 상하이동 및 부를 축적한 상인들이 등장한 시대였습니다. 백성들의 삶은 팍팍했으나 ‘신분’이라는 제도가 흔들리는 징조가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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