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음악사 2편
3. 전성기Ⅱ
향유층의 변화
19세기 판소리사에서 눈여겨볼 점은 판소리를 향유하는 계층의 변화가 서민에서 점차 양반과 중인 등 부호층으로 확산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앞서 알아보았던 중인신분의 신재효와 같은 이론가나 후원자들이 생겨나며 판소리의 발전에 기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판소리의 향유층이 변화 하면서 판소리의 음악적인 기준도 그들의 기호에 맞추어 변모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양반을 조롱하거나 해학적으로 그리는 장면 또는 골계미와 풍자가 있는 내용 등의 사설들은 점차 축소되었습니다. 반면 시조나 가곡과 같은 풍의 장중하며 유유자적한 장면을 그리는 대목 또는 근엄하고 비장한 느낌의 대목 등 사설의 전면적인 개작이 이루어졌습니다. 때문에 고사 성어를 인용하거나 한문 투의 사설이 대거 도입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와 더불어 사설의 내용을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음악적인 틀 또한 벗어나게 됩니다. 바로 판소리 장단에서 가장 느린 진양조가 창시되었고, 양반들의 노래인 가곡을 인용하여 만들어진 일명 ‘가곡성 우조’가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진양조의 창시, 가곡성 우조의 사용과 같이 변화한 판소리의 음악적 구조는 후대에 까지도 지속적인 영향을 끼친 중점이 되었습니다.
여류명창의 등장
판소리의 향유층이 양반계층으로 이동하면서 생긴 또 다른 특징은 여류 명창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넓은 마당이나 야외에서 행해지던 판소리가 양반들의 집이나 실내에서 행해지면서부터 폭포수를 뚫고 나올 법한 성량도, 힘을 주어 부르는 소리도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여류명창의 음역대와 섬세한 감정의 표현력으로도 좌상객들의 교감과 소통을 얻어내기에 충분한 요건이 되었기에 남성의 전유물이었던 판소리에 점차 여성 소리꾼이 등장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소리꾼의 신분상승
양반계층을 수요로 하던 판소리는 판소리 자체 예술적 변모뿐만 아니라 소리꾼의 신분 또한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게 될 만큼 사회적인 위상이 높아지게 됩니다. 어전명창이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궁중에 들어가 소리를 하고 임금에게 벼슬을 받는 창자도 생겨나게 됩니다. 1864년 전주에서는 판소리 경창대회를 열기도 하여 대회에 입상한 소리꾼들을 어전에 불러들여 소리를 하게 하였습니다. 벼슬의 직함은 의관, 감찰, 통정대부, 참봉 등이었으며 벼슬을 하사 받은 소리꾼으로는 모흥갑, 염계달, 박유전, 송만갑, 이동백, 정정렬, 한성준, 장판개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국창의 대우를 받게 됩니다. 국창의 반열에 오르지 않아도 소리꾼의 사회적인 신분 위상이 높아지며 그들의 의복 또한 점차 의관을 갖추고 연행하게 됩니다. 본래는 청창옷에 초립을 쓰고 부르던 소리를 창의를 입고 통영갓을 쓰고 갓신을 신는 등 의복 또한 승격하여 위상에 걸맞게 갖추었습니다.
유파의 분화
한편 19세기 판소리사는 크게 동편제와 서편제 등으로 나뉘며 구전심수로 전해지던 판소리가 점차 유형화되어 유파를 갖게 됩니다. 이는 판소리 전승과 계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또한 19세기 전성기를 전기 8명창 시대와 후기 8명창 시대로 나뉘어 구분 짓기도 합니다. 8명창이라는 숫자는 상징적인 수로 당시 활동했던 소리꾼을 8명으로 한정 짓는 것이 아니라 8명 정도의 손꼽을 만한 명창을 의미합니다. 전성기 활동하던 여러 명창들에 의해 다양한 더늠이 개발되고, 독창적인 창법과 조, 장단 등이 생겨나며 판소리의 비약적인 발전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위와 같이 19세기 판소리 전성기는 다양한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시기이었습니다. 앞서 포스팅에서 알아본 판소리 이론가 신재효의 업적도 있었고, 판소리 향유층의 변화와 그에 따른 여류 명창의 등장, 소리꾼의 신분상승, 본격적인 유파의 분화 등 판소리가 예술적으로 최고의 경지에 이르게 되는 시점이었습니다.
이상으로 판소리의 전성기에 대한 내용들을 알아보았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판소리의 쇠퇴기와 보존 재생기에 대하여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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