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추리’
책 뒷 커버에 가장 큰 폰트로 써진 홍보 문구가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보여주는 사회파 추리소설”입니다. 두 가지 요소를 반영하는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사회파”, “추리소설”. 맞습니다. [콜24]는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비추는 사회소설이기도 하고 사건이 있고 사건의 실마리를 따라 결론에 도달하는 추리소설이기도 합니다.
또한 청소년의 문제를 다루는 청소년 소설이기도 합니다. 김유철 작가는 사회문제, 청소년문제, 추리라는 세 가지 요소를 균형 있게 다루어 재미있는 작품을 창작하였습니다. 작가 본인이 청소년 때 겪었던 사회 부조리를 가슴속에 담아 두었다가 작가로 성장하여 조리있게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가련한 이 시대의 청소년 해나! 해나의 죽음은 이제 막 선진국 문턱을 넘고 있는 대한민국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게 합니다.
작가 김유철
‘콜24’의 작가 김유철 작가는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였습니다. 2010년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콜24]를 비롯하여 [오시리스의 반지], [사라다 햄버튼의 겨울]과 같은 장편소설, [암살], [국선변호사 그해 여름]와 같은 중단편소설 등 추리소설, 순순 문학 작품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작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만나는 톨스토이 단편선], [고양이 번역기]와 같은 청소년 소설도 꾸준히 발표하고 있습니다.
콜24
‘해나’가 눈 오는 날 저수지를 향해 걷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에픽하이의 “유서”를 들으면서 차가운 물속으로 몸을 던지러 가는 길입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딛는 ‘해나’는 왜 죽음을 택한 것일까요? 발을 내딛자마자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격입니다.
마이스터고 졸업반 ‘해나’는 현장 실습 중이었습니다. 대기업의 콜센터 업무를 대행하는 회사에서 현장 실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대기업이 판매한 계약 건에 대한 고객의 불편, 불만, 해지 요청 사항을 전화로 받는 업무입니다. 감정 노동인 것입니다. 원래는 웹디자이너가 꿈이었던 해나는 학교가 정해준 대로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고객센터 업무로 배치되었습니다.
고객센터 업무는 단순히 걸려오는 불만, 해지 요청을 받아 처리해주는 것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해지 방어 더 나아가 다른 상품을 권유하는 일까지 해야 합니다. 계약 해지하면 하고, 말면 마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방어하여 실적을 쌓아야 하는 것입니다.
‘해나’는 좋아하는 같은 고등학교 선배 ‘재석’과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그 다음날 세상을 등졌습니다. ‘재석’은 강간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재석’도 아직 군 복무 중인 청년입니다. 중형이 예상됩니다. 그러나 ‘재석’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국선 변호사 ‘김’의 도움을 받아 재판에 임합니다. ‘해나’와 ‘재석’에게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콜24’를 읽고
마이스터고는 옛날 실업계고를 발전시켜 기술장인을 육성한다는 취지의 고등학교입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이스터고 3학년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현장실습을 하다 목숨을 끊었습니다. 마이스터고 학생 ‘해나’의 죽음은 대기업, 하청, 학교, 실적, 100% 취업, 가난 이런 낱말들로 축약할 수 있는 이 시대의 어두운 자화상입니다. 소설 “콜24”는 긴장감 있는 속도와 민첩한 장면 전환으로 자칫 외면받을 수 있는 사회문제를 독자들이 집중력을 가지고 따라갈 수 있도록 이끌어 갑니다. 추리소설로 풀어내는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만 청년들이 짊어져야 할 사회문제, 노동 환경, 감정노동 등 당사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사회적 모순들이 비주류 시스템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독자들이 조금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김유철 작가가 의미 있는 사회파 추리소설을 계속 출간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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