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회별신굿탈놀이 편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양반의 고장인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에서 시작된 민속탈춤입니다. 그런데 양반의 도시인 안동에서 어떻게 양반을 풍자하고 비판하는 탈춤을 연행할 수 있었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속춤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에 대한 힌트를 명칭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라 명명한 안동탈춤은 마을의 굿인 별신굿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제의적 성격이 강한 안동의 탈놀음은 위치와 지리적인 요건에 의해 마을 굿이 연행될 일들이 많았고 또한 그러한 행사를 중요시하였습니다. 낙동강이 휘감고 돌아 나가는 하회마을은 홍수가 나면 자주 범람하는 지리적 특성 때문에 자연의 재앙 앞에서 양반과 평민 할 것 없이 마을의 평안이 중요했으며 이 때문에 주술과 제의의 마을굿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낙동강의 범람을 막기 위한 노력이 무당들의 별신굿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마을에서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하회별신굿탈놀이에서 별신굿은 주로 무당이 담당하였고, 가면극 즉 탈춤은 마을 사람들이 주도하여 이루어졌습니다. 하회마을에서 행해진 탈놀음은 봉건사회의 비판과 유희적 성격이 강한 탈춤들에 비하여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제의적 의식에 가까웠습니다.
이러한 마을굿 일환의 탈춤은 토착적인 형태를 잘 간직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탈춤은 크게 ‘본산대놀이’와 ‘마을굿놀이’ 두 가지의 계통으로 나뉠 수 있습니다. 본산대놀이는 흔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봉산탈춤이나, 송파산대놀이, 고성오광대, 수영야류 등이 있습니다. 본산대놀이는 각 지방을 연결하는 교역의 위치에 자리하였거나. 상업이 발단된 곳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습니다. 때문에 연희적 성격이 강하고 관중의 요청에 수용하여 재창조되어 발전해 왔습니다. 이와 반대로 마을굿놀이 계통의 탈춤 (하회별신굿놀이, 강릉관노가면극 등)은 마을이나 고을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전통을 고수하고 토착적인 성격으로 발전해 온 탈춤입니다. 그러기에 하회별신굿놀이는 현재 연행되고 있는 탈춤 중에서 가장 오래된 민속가면극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하회탈 또한 우리나라의 가면들 중 정교한 기술과 조형미가 매우 우수하여 국보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탈의 우수함을 인정받은 만큼 특이하게도 하회마을에서는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신을 가면으로 형상화하였습니다. 보통은 돌을 쌓아 올려 돌무더기의 형태의 모습이 일반적인 서낭의 모습인데 이와 대비되는 점입니다. 마을의 수호신인 가면을 모시며 안녕과 풍년을 기원한 하회마을의 주민들은 가면극을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자연스러운 놀이가 되었을 것입니다.
하회마을의 수호신인 서낭신은 무진생 의성 김 씨의17살 아리따운 처녀라고 합니다. 혹자는 15세에 과부가 된 여자로 동네 삼신의 며느리라고도 합니다. 이 서낭신에게 음력 정월 대보름이나 4월 초파일에 제를 올립니다. 그리고 3년이나 5년, 10년 주기로 마을굿을 벌이기도 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별신굿이었으며 별신굿에서 탈춤이 항상 같이 연행되었습니다. 보통의 탈춤은 연희가 다 끝난 후 가면을 불에 태우는 의식으로 마무리 하지만 하회별신굿에서는 가면을 태우지 않고 상자에 넣어 보관해 두었다가 별신굿을 할 때 일정한 절차를 거친 후 다시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여러 탈들 중 각시탈은 서낭신을 의미하는 탈로 여겨 신성시하였습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하회별신굿의 춤사위입니다. 일정한 춤 동작이 없이 등장인물의 성격을 표현하기 위한 율동에 좀 더 가깝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사뿐 사뿐히 걷는 각시걸음이라던지, 심술궂은 백정걸음, 엉덩이 춤추는 할매걸음 등 성격을 대변하는 동작들이 위주로 되어있다는 점입니다. 이 외에도 기본 춤사위로 굿거리장단에 맞춰 추는 ‘긴발’, ‘중발’, ‘잔발’ 등이 있는데 발의 보폭과 관련하여 이름 붙여진 동작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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