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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평조와 계면조-우리나라 전통음악 음계

헷갈리는 우리나라 전통 음악의 음계

우조, 계면조, 평조와 같은 용어들로 우리나라 음계를 가리킵니다. 우조의 경우 계면조에 대비되는 음계의 명칭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지만 또 어떤 경우 특정 음높이에서 시작하는 음계를 지칭할 때 쓰이는 용어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잘 생각하고 잘 정리해 두지 않으면 헷갈리는 우리 전통 음악의 음계에 대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썸네일: 평조와 계면조-우리나라 전통음악 음계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이론상 음계

우리나라 전통음악의 음계는 흔히 조(調)라는 말로 지칭하였습니다. 평조(平調), 계면조(界面調)와 같이 말입니다. 우리나라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음계는 이론상으로 12율(황종, 대려, 태주, 협종, 고선, 중려, 유빈, 임종, 이칙, 남려, 무역, 응종)에 대하여 각각 평조와 계면조를 적용하면 24개의 음계가 조성될 수 있습니다. 황종을 으뜸으로 하는 평조, 협종을 으뜸음으로 하는 계면조, 남려를 으뜸음으로 하는 평조, 무역을 으뜸음으로 하는 계면조 하는 식으로 24개의 음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상으로 구성할 수 있을 뿐입니다.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음계가 대부분입니다. 근대가 될수록 악곡에서 사용하는 음계는 제한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론상 12개의 음높이에서 각각 평조와 계면조 음계를 만들 수 있다.

 

악학궤범(樂學軌範)에 나타난 음계

악학궤범은 조선 성종 24년에 펴낸 음악 이론서입니다. 성현, 유자광, 신말평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이 책에서는 7개의 중심음에서 각각 파생한 평조, 계면조를 설명합니다. 14개의 음계가 나오는 것입니다. 7개의 중심음은 협(), (), (), (), (), (), ()입니다. 각각 일지(一指), 이지(二指), 삼지(三指), 황지(潢指), 우조(羽調), 팔조(八調), 막조(藐調)라는 이름을 붙인 음계가 됩니다. 네 번째 음계인 황지를 기준으로 그 아래 음계는 평조, 그 위 음계는 웃조라고 불렀습니다. 웃조는 한자로 우조(羽調)라고 표기하였습니다. 음계명으로서의 우조와 황지를 기준으로 그 윗 음계를 가리키는 우조가 같은 한자를 쓰기 때문에 혼란을 주기도 합니다.

 

양금신보에 나타난 음계

임진왜란 이후에 사용하던 음계를 가늠할 수 있는 악보가 있습니다. 바로 양금신보(梁琴新譜)입니다. 양금신보는 광해군 2(1610)에 양덕수라는 악사가 만든 거문고 악보입니다. 양덕수는 궁중악사로서 임진왜란을 피해 전라도 남원으로 피신해 갔을 때 양금신보를 집필했다고 합니다. 양금신보에는 북전(北殿), 만대엽(慢大葉), 중대엽(中大葉) 등 거문고를 위한 8곡의 악보가 실려 있습니다. 특히 만대엽, 중대엽은 가곡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로 남아 있습니다. 양금신보에서는 4개의 음계를 사용하였습니다. 바로 평조, 우조, 평조계면조, 우조계면조입니다. 평조는 평조 평조를 뜻합니다. 더욱 구체적으로는 임종 평조에 해당합니다. 우조는 우조 평조입니다. 음이름으로 표현하면 황종 평조입니다. 평조 계면조는 임종계면조, 우조 계면조는 황종 계면조를 가리킵니다.

 

양금신보에 나타난 4개의 음계

현재 남아있는 음계

현재 전해오는 가곡은 양금신보의 4개의 음계 중 평조평조와 평조계면조는 없어지고 우조평조와 우조계면조만 남아 있습니다. 즉 황종을 으뜸음으로 하는 평조와 계면조만 남아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두 가지 음계만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음계를 가리키는 명칭도 단순화되었습니다. 우조평조는 우조, 우조계면조는 계면조라고 부릅니다. 여기에서 용어의 혼선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우조는 음 높이를 가리키는 명칭인데 음계를 가리키는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조와 계면조 두 가지 음계로만 전해지는 것은 가곡에 한정된 현상입니다. 민속악, 군악과 같은 다른 음악에서는 다양한 음높이, 음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