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즐겨부르던 경기민요 - 풍년가
풍년가는 수확의 계절인 가을철에 즐겨 부르던 우리 민요 중 하나입니다. 풍족한 한 해를 보내기 위함과 일 년 사시절에 즐겼던 조상들의 멋과 풍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노래입니다. 때문에 풍년가는 '사절가' 또는 '사철가'라고도 불리기도 합니다. 오늘은 경기민요 중 하나인 풍년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제 누가 만들었나?
풍년가는 경기민요의 하나로 20세기 유행하던 신민요와 매우 흡사한 음악적 구조를 가진 흥겨운 민요입니다. 경기민요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알려진 풍년가는 통속민요에 속하는 매우 대중적인 민요입니다. 대부분의 민요는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 의해 작곡되고 작사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특이하게도 풍년가는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는 이 곡의 원작자가 있다고 합니다. 원곡은 경기도의 광주 산성에서 활동하던 선소리 패들에 의해 불려지던 노래였다고 합니다. 길노래로 불려지던 풍년가는 지금의 소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을 선소리 패의 일원이었던 구자하라는 인물이 새롭게 개사하여 지금의 풍년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풍년가가 처음 불려지던 시기는 1920년경이었고 일제강점기를 지나오며 신민요 풍의 곡조로 정착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사의 내용은?
풍년가의 가사 내용은 얼핏 제목만 들어보면 가을철 풍년을 기원하는 노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전체적인 내용과 의미는 풍년을 맞이하는 신명을 노래하고 있지만 가사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 4계절의 세시풍속을 담은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사는 메기고(독창) 받는(후렴) 구조로 되어 있으며 총 6절로 되어있습니다. 각각의 절에서 먼저 월(달)을 지칭하고 해당 월에 할 수 있는 세시풍속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1절에서는 춘삼월에 화류놀이 가세, 2절에서는 하사월에 관등놀이 가세, 3절에서는 오뉴월에 탁족놀이 가세, 4절에서는 구시월에 단풍놀이 가세, 5절에서는 동지섣달에 설경놀이 가세, 6절에서는 내년 봄 돌아오면 화전놀이 가세라는 가사말을 사용하고 있어 각각의 달마다 우리 조상들이 즐겨했던 유희와 풍습에 대하여 노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음악적 구조는?
풍년가는 보통 굿거리 장단에 맞춰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간혹 가다 타령장단에 맞춰 부르기도 합니다. 선율은 메기는 소리와 후렴 소리가 동일한 선율로 이루어져 있어 초등학생들도 따라 부르기도 쉬울 만큼 단순하게 되어있으며 그만큼 대중들에게 쉽게 기억될만한 멜로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주선율은 경기소리(경토리)의 대표적인 음계인 솔-라-도-레-미 '솔음계'로 되어있습니다. 노래의 종지음은 '도'로 되어 있어 일반적인 경토리의 선율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번외
남도민요 풍년가
남도민요에도 풍년가가 있습니다. '신풍년가'라고 불리는 이 민요는 신민요에 해당하고 있습니다. 신풍년가는 경기민요 풍년가의 사시사철을 그린 가사 내용과는 조금 다릅니다. 오롯이 농사일에 흥을 돋우고 풍년을 기원하는 가사 내용만을 담고 있는 것이 이 둘의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단 또한 매우 다양한 변화를 주어 음악의 흐름이 다이내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중모리 장단으로 시작하여 동살풀이 - 자진모리 - 중중모리 - 자진모리장단으로 마무리합니다.. 특이한 점은 중중모리 장단에서 경기민요의 풍년가 선율을 차용하여 부른다는 점입니다.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남도민요의 신풍년가에서 매우 익숙한 멜로디인 경기 풍년가 중간에 흘러나오게 하여 듣는 이로 하여금 공감의 정서를 일으켜 재창작한 민요라고 할 수 있습니다.